"피고인(조봉암 선생)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이 무죄로 밝혀졌으므로 이제 뒤늦게나마 재심판결로써 잘못을 바로잡는다."
지난 1959년 간첩혐의 등으로 사형당한 진보당 당수 죽산 조봉암 선생이 52년만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한정세를 다룬 문서를 북한에 전달한 혐의(간첩 등)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당한 조봉암 선생의 재심사건(☞2008재도11)에서 간첩 혐의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은 조씨가 양모씨를 통해 남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평화통일을 공동 목표로 합작하자, 자금이 필요하면 원조하겠다는 등의 북한 지령을 받고 이에 호응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간첩죄로 처단했지만, 양씨는 수사기관과 제1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다가 원심법정에서는 그 진술이 허위라고 번복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양씨는 장기간 감금된 상태에서 조씨와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받았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고 원심 공판기일에 제1심까지의 진술을 허위라고 번복한 이후 일관되게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양씨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면서 조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진보당은 국헌에 위배되거나 북한에 부수해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구성된 결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같은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무기불법소지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해방 이후 국회의원과 장관 등을 지낸 죽산 조봉암 선생은 1952년과 1956년 대통령선거에서 각각 80여만표, 200여만표 등을 얻은 데 이어 1956년 11월 진보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1958년 1월 진보당 간부들과 함께 국가변란·간첩 혐의로 전격 체포돼 육군 특무대에서 조사를 받은 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사형이 언도되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돼 1959년 7월 31일 사형당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9월 조봉암씨의 사형을 '비인도적, 반인권적 인권유린이자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사과와 피해구제 및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권고했고, 이에 따라 조봉암 선생의 유족이 2008년 8월 재심을 청구해 2년여에 걸쳐 심리가 진행돼 왔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리고 같은달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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