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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절차 부실"… 제도개선 절실
2011-03-29 17:35:57, 조회 : 1,838

"당사자 의사 확인 없이 '신고'만으로 효력 발생



2년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 온 정모씨(27·남)는 우연히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해보고 화들짝 놀랐다. 유학가기 전 잠시 사귀었던 고모양이 어느새 자신의 배우자로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어렵사리 고양과 연락이 닿은 정씨는 그가 미국유학 동반비자를 받기 위해 자신의 신분증을 훔쳐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냈다. 증인란에는 고양의 두 동생 이름으로 도장을 파 날인했다. 힘든 소송 끝에 혼인무효판결을 받아낸 정씨는 “나도 모르게 내가 기혼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당사자의 혼인의사 확인없이 서류심사만으로 혼인신고를 수리하는 부실한 신고제도 탓에 불측의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의 혼인신고가 일단 수리되고 나면 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어 피해자들을 남모르는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현행 혼인신고절차에 당사자의 혼인의사 확인방법이 미흡하다며 수리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혼인무효·취소소송 5년만에 65%이상 증가=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9년 서울가정법원과 전국 가정지원에 제기된 혼인무효취소소송은 모두 1,189건으로 집계됐다. 2004년 720건의 혼인무효취소소송이 제기됐던 것에 비하면 5년만에 무려 65%이상 늘어난 것이다. 동종사건의 연도별 증가세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혼인무효취소사건은 2006년 처음으로 1천건을 넘어 1,197건을 기록한 이후 2007년 1,091건, 2008년 1,125건을 기록했다. 반면 혼인신고건수는 해마다 31만여건과 34만여건 사이에 있어 혼인인구의 증가 탓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혼인무효취소소송이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를 ‘부실한 혼인신고제도’에서 찾고 있다. 정주수 법무사(행정학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고’만으로 혼인의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민법의 규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의 혼인의사 확인없이 관련 서류만 완비해 신청하면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혼인의 의사가 없는 혼인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들어 서울가정법원에서 판결한 혼인무효사건들을 살펴보면 사귀던 연인과 헤어지면서 홧김에 혼인신고를 해버리거나 짝사랑하던 지인이나 직장동료와 혼인한 것처럼 신고했다가 혼인무효판결을 받은 사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형식적 서면심사로 수리하는 혼인신고제도의 탓이 크다.

◇ 법조계, “혼인신고절차 강화해야”= 국내의 혼인신고제도는 혼인신고서와 당사자 신분증만 시·읍·면장에게 제출하면 언제든지 혼인관계를 성립시킬 수 있다. 양 당사자가 모두 출석할 필요도 없고 본인확인없이 우편으로 신청서를 제출해도 혼인은 이뤄진다. 2008년 가족관계등록제도가 도입되면서 혼인무효사건을 줄이기 위해 당사자의 신분증이나 인감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제도를 강화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제도도입 이후) 인감증명서나 신분증을 위조해서까지 혼인신고를 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혼인무효소송도 덩달아 늘고 있다”면서 “혼인신고절차의 변화를 고려해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가사전문 변호사도 “해외의 사례를 보면 법원에서 혼인허가장을 발급하거나 혼인예고의 공시제도를 활용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면서 “새로운 신분관계가 창설되고 재산과 권리의 이동이 진행되는 혼인신고를 보다 엄격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은 혼인공고후 6개월 이후에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사실을 기재하고 있고 미국은 혼인허가장발급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영국은 혼인공고와 허가장발급제도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혼인허가심판절차 도입 주장도= 무효의 혼인신고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협의이혼의사확인절차를 원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혼절차처럼 혼인의사확인서면을 혼인신고서에 첨부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국민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혼인신고를 가사비송사건절차로 편입하자는 논의도 고려해 볼 만 하다. 혼인허가심판절차를 도입해 법원이 혼인을 허가하고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사항을 기재하는 방법이다. 정주수 법무사는 “자신도 알 수 없는 혼인신고로 고통을 겪는 사례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창설적 신분행위인 혼인신고에 혼인허가심판절차의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용태 기자kwonyt@lawtimes.co.kr    
인터넷법률신문 [2011-03-29]